야비하고 비겁하게 그려지는 영화 속 기자들의 실제는

 

기자질을 하면서.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기자들을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부끄러움 반,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한 반감이 반. 주로 야비하고 비겁하게 그려져서 마음이 편치는 않다.

 

순간, 검사와 친한 기자가 고급 손목시계를 뇌물로 받으며 모종의 협조를 하는 장면이 떠오르네.

 

물론 비정상적인기자들이 언론계에 전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모 경제지 기자의 경우 최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한 가전업체 홍보실 직원에게 전화해서 술값 150여만원을 대신 내달라고 떼를 쓰다 여의치 않으니 욕설을 입에 담으며 기사협박을 했다는 정보가 돌고 있을 정도니 까말야.

 

아직까지 미혼인 모 부장의 경우 홍보실 직원들을 몸종 다루듯 해서 여기저기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뭐 혼자 잘난 맛에 그냥 저냥 사는 것 같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데도 말야.

 

이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난 결코 이해할 수 없지만. 어쩌면 너무나 외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이겠지 싶어. 일종의 애정결핍이 비정상적인 출구로 표출되는.

 

문제는 그런 모습을 후배기자들이 보고 배운다는 점이지. 일종의 팀칼라가 자연스레 형성된다고 보면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어느 언론사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기자들은 알고 있지.

 

이런 선배들은 사실 극소수에 불과해. 미꾸라지 한마리가 우물물을 흐리는 격이지. 대부분의 기자들은 각계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뛰어다니고 있다. 무거운 주제부터 시작해 가벼운 주제까지 매우 다양한 글들을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내고 있지.

 

그런데 이게 뉴스다 보니까. 뉴스에 충실하기 위해 새로운 내용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이게 상상 이상의 중노동이다. 겉으로는 유쾌하고 흥이 넘치는 개콘 개그맨들이 무대 뒤에서는 창조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그것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내용은 그럼 어디에 있을까. 답은 너무 간단해. 사람 마음속에 있어. 활자화가 된 누군가의 생각은 이미 기사로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 다른 기자들보다 먼저 듣는 어떤 기자가 소위 특종이나 독종을 잡는 거지.

 

이 대목에서 한번 생각해봐. 누군가 어떤 기자에게 매우 중요한 얘기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누군가는 어떤 기자에게 속내를 털어 놓을까. 그래 맞아.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넘나들면서 인간적으로 친한 사람.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왔던 기자에게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다. 마음 속에 뭔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밝히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면 정치부 특종이 되는거고, 경제적으로 민감한 시기라면 경제부 특종이 되는 거다.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믿고 말했는데. 이게 신문 지면에 떡하니 나오면. 말한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배신감에 치를 떨겠지. 반면 한 사람을 배신한 기자는 능력으로 평가받고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기자로써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유명세를 탈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편이라는 점에서 유혹이 아닐 수 없지.

 

야비하고 비겁하게 그려지는 영화 속 기자들의 실제는. 어쩌면 이처럼 기자라는 직업의 태생적 특성에 대한 대외적인 경고가 아닐까 싶어. 감독 스스로가 기자들에 대한 반감이 큰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양질의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기꺼이 포기하는, 전쟁터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위험에 맡기는 그런 기자들이 아직 세상에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Posted by Journalist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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