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여 양식어민들 사이에서 최근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기업의 양식업 진출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부가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다. 대규모 양식이 가능한 참치, 전복 등 수출용해산물에 한정한다지만 기존 어업인프라의 잠식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 듯 영세어민들의 생계가 서서히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숨의 근원이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사례가 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커피, 제빵 등 사업영역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재벌 2, 3세들이 빵집 등 소상공인 업종에 진출한 실태를 조사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엄포에 따른 일종의 몸사리기. 영세상인들을 중심으로한 기존 제빵업계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분위기는 잠잠하다. 다른 세계의 공포(空砲)’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대기업들이 밥그릇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빵업을 내놓는 대신 양식업을 취할 수 있다는 식의 정부와 기업간 결탁의혹은 접어두자.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엮였다는 팩트만 있을 뿐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그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개연성이다.

 

중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한 전복 수출량이 근래 들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일본 원전사고의 영향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식업에 진출한 대기업이 돈냄새를 맡고 내수용마저 수출용으로 돌리지는 않을까. 적극 부정하기 어렵다. 공급이 부족한 상품은 시장논리에 의해 소비자가격이 상승한다. ‘전복죽이 아닌 금복죽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추론이다.

 

호텔신라가 만든 빵 마니아 A씨는 호텔신라의 제빵사업 사업철수 소식이 달갑지 않다. 가격은 동네 제과점에 비해 다소 높지만 맛이 워낙 좋아 일주일에 한번씩은 매장을 찾았었다. 특화된 일부 제품들은 동네 빵집과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 즐겨 먹었다. A씨에게는 자신의 미각을 충족시켜줄 빵을 찾는 번거로움만이 남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의 사연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7일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중인 오젠 베이커리 카페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오젠은 서초동 양재 사옥과 제주 해비치호텔 딱 2곳에만 들어서있다. 사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일종의 구내매점개념이다. 그러나 정부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 영업중단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찍히면 피곤해진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현대차그룹 소속 소비자들은 하루 아침에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을 잃었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잃었거나, 앞으로 잃을 것만 남은 상황으로 해석되기에 무리가 없는 현상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기조는 공정사회. 영세 양식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소수의 취향을 빼앗은 이번 조치에 얼마만큼의 명분이 담겨있는지 소비자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음습한 기운이 임진년 새해벽두를 수놓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서늘하다.

 


Posted by Journalist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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