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조금 안다. 아니, 알고 있기 보다는 어떤 스타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는 조금 안다.

 

과거 이런 일이 있었어.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직후.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안타깝게 고배를 마신 직후. 박 전 대표가 정치부 기자들을 따로 모아놓고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명박 당시 후보를 공격느라 열중한 나머지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를 도와주는 모습을 연출했었던 일부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밥을 한 끼 산 적이 있었다.

 

그때 어느 정도 자리가 무르익을 때쯤. 박 전 대표가 아주 침착하면서도 또렷하게 한마디 했어.

 

이번에 도와주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게 말이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들을 때는 가슴을 막 울린다. ‘진심이 마구 느껴져. 사실 기자들이 도와 준건 쥐뿔 하나 없는데도 말이지.

 

앞서 밝혔듯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에는 강했고. 박 전 대표에 비해 뭔가 기사꺼리(?)가 많았던 환경이 작용했을 뿐이거든. 여튼 뭐 식사자리에 앉아있던 일부 기자들은 어느 샌가 우린 할 만큼 했다는 비장한 표정들로 바뀌어 있었어. 신기하기도, 웃기기도 했지.

 

밥을 먹고 나오는데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박빠가 될 것 같다. 이 선배는 싸움닭으로 유명한 선배였고, 한나라당을 무척이나 싫어라 하는 선배였어. 무슨 마술을 부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가 울림이 컸던 거야.

 

그 흡인력. 정치인들 사이, 특히 친박으로 통하는 정치인들 사이에 박 전 대표가 먹히는 차별화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해. 정체를 알 수 없는 흡인력이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거야.

 

그런 박 전 대표가 핵심 참모들을 불러다 놓고 이렇게 저렇게 뚝딱뚝딱 전략을 짜. 그거, 아무도 거부 못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감히 거부감을 갖지 못한다고 봐야겠지. 어느새 난 무장해제가 돼 있으니까. 조직에서 무서운 파괴력과 집중력이 양산되는 핵심이야. ‘선거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은 여기에서 나온 거라고 보면 틀림 없다

 

그 동안에는 이런 현상이 친박 내부에서만 통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한나라당 전체로 확대되는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박근혜라는 이미지가 빠르게 각인되고 있는 거야.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경쟁력 있게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어서 더 편중되고 있다고 보는 게 사실 더 옳겠지.

 

그런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잖아. 이런 저런 당개혁 이슈들을 생산해 내면서 말이지. 대선까지의 밑그림이 완성된 상태니까.

 

그래 맞아. 지금 한나라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들은 모두 박 전 대표 측의 프레임 안에서 시간대별 계획에 따라 것에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틀림 없다. 외부변수는 나중 문제고.

 

이준석 씨가 한나라당 개혁작업에 나서면서 화제를 뿌리고 있어. 들어본 적 없는 작은 벤처기업 대표라는거, 하버드대 출신이라는거, 26살의 어린(?) 나이라는거 빼곤 정보가 거의 없어.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만 나오고 있다.

 

이씨가 경우에 따라 정부여당의 핵폭탄급 뇌관일 수 있는 중앙선거관리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사건을 맡았다나봐. ‘나는꼼수다김어준 총수를 영입해서 이 사건을 파헤친다 어쩐다 그랬다지. 겉 보기에는 과감하고 훌륭해. 그런데 그게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싶어. 왜냐고?

 

디도스 사건은 누가 무슨 잘못을 어떻게 했다로 쉽게 끝나는 사안이 아냐. 거액의 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에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을 잡아 먹을 것이고. 관련된 사람들을 탐문하는데에도 적지 않은 물리적 인내심을 요하게 되거든.

 

총선은 내년 4월이야. 한나라당, 아니지 박 전 대표는 여유자적 즐길 시간이 없어. 총선에서 망하면 대선은 볼 것도 없거든. 어떤 이들은 총선과 대선을 다르다이렇게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조직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선거는 결국 조직력이야. 지난 대선때 민주당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이 얘기를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꺼냈다가 질타를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해. 그런데 사실이야. 그때 까지만 해도 그랬거든.  

 

하지만 그 조직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로 재편되고 있고, 새로운 조직문화가 온라인 쪽으로 분화되고 있는 거야. 거기에 민주개혁세력이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거지. “뒤집을 수 있다는거. 아직은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 정도로 크지는 못했다는 게 내 판단이지만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여.       

 

말이 약간 샜구나. 다시 돌아가자면, 박 전 대표는 촉박한 시간을 시, , 초단위로 끊어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 최적화 시킨 타임테이블이 작동되고 있는 거지.

 

이쯤 되면 알겠지? 이준석씨가 무엇을 하든 그건 계획대로 진행되는 시리즈의 편린일 뿐이라는 거. ‘우리는 이 정도로 진심이다. 그러니 믿어달라는 수준의 호소가 대중들에게 먹히길 바라고 있는 거야.

 

결과적으로, 이준석 씨가 김어준 총수를 언급했을 때. 박 전 대표는 아마 크게 놀라지 않았을까. 계획에 없었던 탓이지. 열심히 하라고 격려는 했는데 김어준이라는 이름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확률이 높다.

 

26살이라는 나이가 일종의 욱하는 말사고를 쳤을 확률도 있다고 나는 본다.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았는데.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들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온 거지. 그런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사고가 아니라면, 향후 김어준 급의 반한나라당 성향의 전문집단을 찾아 끝장을 볼 것이고. 그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이니까. 해결하지 않고서는 선거선거 마다 발목을 잡게 될 사안이 될 것이 뻔하니까.

 

그냥 대충 뭉개고 지나 간다면 박 전 대표 측에서 확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극구 말렸다고 보면 100%아닐까. “김어준이 싫다고 했으니 우리는 할 만큼 했다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이준석 씨에게 부여된 역할은 거기까지가 아닐까.

 

또 모르지. 이준석 씨가 한나라당 탁자를 주먹으로 부수고 한나라당은 안 된다라며 뛰쳐 나올지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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