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와 팩트를 상실한 기사 옹달샘위기와 닮았다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기자는 그렇다 치고. 후배기자가 쓰는 기사를 검토해주는 선배기자도 없는 걸까요. 최소한의 시스템도 없는 걸까요.

 

누가 게재한 것인지도 모르는 무기명글을 팩트라고 우깁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말이죠. 연예인들을 겨냥한 초·중고생들의 악의적 댓글도 이 기자에게는 팩트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

 

기자들은 매일 또는 주간 단위로 발제라는 것을 합니다. 말 그대로 뉴스가 될 만한 취재기사의 주제를 선배나 데스크에게 제출하는 과정입니다.

 

기존에 나오지 않은 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기자들에게 발제작업은 매우 큰 심리적 압박요인입니다. ‘기자질을 하며 겪는 스트레스의 90% 이상이 여기에서 나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일종의 창조작업이니까요.

 

선배 저 내일 이것 취재해볼게요. 주요 팩트 확인했습니다.” (후배기자)

그래. 재미있겠다. 섹시하게 함 써보자.” (선배기자)

 

취재에 돌입하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단순화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서가 붙습니다. 확인한 팩트가 어느 정도 신뢰성을 담보하느냐 입니다. 후배기자만 믿고 취재를 시켰다가 알고 보니 기자가 착각한 것이라면 곤란하겠죠. 지면 또는 방송이 빵구가 나는 대형 사고가 나니까요.

 

이런 가능성을 무시하고 후배기자를 무한 신뢰하는 선배기자는 단언컨데 없습니다. 일종의 내부 거름망이죠.

 

인원이 많은 언론사는 바로 이 거름망이 매우 촘촘합니다. 단순히 좋은 기자가 많아서 좋은 기사가 다수 출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확실한 거름망이 양질의 기사를 출고시킬 확률과 횟수를 동시에 높인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기자들간의 특종경쟁, ‘1면경쟁은 이를 배가시킵니다.

 

이 과정이 생략된 기사는 총구를 떠난 뒤 불특정 다수에게 날아가는 총알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태에 불과합니다. 

 

쿠팡이 파견직을 상대로 식대비 차별을 했다는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최초 발원지’(?)익명게시판이었습니다. 기사를 읽어 봤습니다. 가관이었습니다. 게시판 내용을 그냥 긁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쿠팡 관계자의 워딩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사실과 다르다.”

 

쿠팡 관계자의 이 발언이 유일한 팩트였습니다.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기자라면. 또는 언론사라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취재원의 말을 재 취재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시간만큼 기사의 질 자체가 크게 상승합니다.

 

기자 자신에게도 무형의 이익이 상당합니다. 크레딧이 높아지니까요.

 

비록 아픈기사를 썼다 하더라고 취재원들은 이런 기자 높게 평가합니다. 앞으로 잘하겠다며 오히려 개선의 의지를 보이죠. 그러면서 신뢰관계가 싹틉니다. 발생된 신뢰는 단독이라는 열매로 연결될 공산이 큽니다. 선수들은 다 알고 있는 공식이죠.

 

취재를 다시 하고 난 뒤 그래도 명확하게 풀리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또는 해명이 불충분했다면 의혹정도로 해서 나가도 무방합니다. 기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팩트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팩트는 인쇄물’, 즉 문건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잘못이다 아니다는 판단하는 기준인 법조문 역시 활자화 돼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논리를 갖추지 않은 억지성 기사가 나간다는 것은 언론사 내부 시스템에 심각한 수준의 결함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은 기사가 배설되듯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쿠팡 논란을 취재하다 확인한 사실인데요. 일부 언론사의 기사는 데스크의 손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출고됐다고 합니다.

 

무기명 기사가 아닌 이상 저는 죽어도 못하겠습니다. 제 이름값이 훼손된다는 것은 제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으니까요.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옹달샘멤버들이 과거 실언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떼어낼 수 없는 치명적인 불멸의 족쇄입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런 후배기자들. 그리고 언론사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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