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구치소 생활 엿보기

[구치소 해부①] 입소 첫날 자존심은 뭉개지고 공포심은 배가된다


22개월간 구치소생활을 했었다. 범법행위를 해서가 아니었다. 본의 아닌경비교도대에서의 군생활이었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고 있던 기자를 법무부가 끌고 갔다. 국방부가대여해 준 것으로 이해하면 정확하다. 차출이라는 그럴듯한 수식어가 달렸지만 군생활 이상의 의미는 없다. 내가 있는 곳, 내가 하는 일이 언제나 가장 고될 뿐이다.

 

수도권역에 있는 A구치소에 배치됐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죗값이 매겨지지 않은미결수들과 생활했다. ‘닭장차로 통하던 호송용 대형 버스를 이용해 법원을 오가는 그들을 계호(戒護)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밤을 감시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교정시설은 그 특성상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운영된다. 과거와 현재의 풍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까지 쓸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 사동(舍棟)이 뿜어내는 한겨울 차디찬 냉기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땅콩 회항논란 당사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지 7일째를 맞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발을 들인 첫날 매우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단순히 변화된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조 전 부사장의 공식적 수감생활은 구치소 측의 입소자 인원파악과 동시에 시작됐을 것으로 본다. 일반수감자와 구분됐다 하더라도 당일 입소인원에 대한 명부 대조 작업은 구치소 입장에서는 필수다.

 

너른 공간에서 통상앉아번호로 진행된다. 당일 수감인원에 따라 2열 종대, 많게는 3열 종대로 실시된다. (교정당국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특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앞선 과정을 포함한 이하 전 과정이 생략됐을 확률은 적다는 의미다.)

 

구치소 내 각 사동(舍棟)이 뿜어내는 한겨울 차디찬 냉기와 첫 대면하는 순간이다. 일상생활에서 결코 맡아본 적 없는 익숙하지 않은 불쾌한 향도 코끝을 자극한다. ‘입소동기’(?)들의 다소 암울한 기운은 의욕을 잃게 하는 근원이다.

 

이후 개별 신체검사가 진행된다. 옷으로 가려져 있는 부위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담당 교도관은 문신이나 흉터, 멍 등을 면밀히 살핀다. 수감 기간 동안 머물게 될 사방(舍房)내부, 또는 교도관을 통한 자해·가혹행위가 벌어질 수도 있는 데 따른 증거 보존차원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피검사자의 자존심 근저를 심각하게 건드린다는데 있다. 사실상 전라 상태인 자신의 신체 전-후면이 타인들의 눈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규정에 어긋나는 물건이나 도구 등이 은밀한(?) 곳에 숨겨진 채 반입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구치소 측의 불가피한 조치다. 실제 담배나 정체불명의 알약이 발견되기도 한다.

 

사복을 벗고 구치소가 지급하는 수의(囚衣)로 자연스럽게 갈아입는 과정이기도 하다.

 

최초 지급받는공짜수의는 황토빛이다. 여름철에는 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악취가 풍기는 일도 다반사다. 신발도 고무신으로 바꿔 신어야 한다. 위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공통분모다. 첫 외부면회자가 구치소 측 공식 라인을 통해 구입한 연한 하늘색 빛 수의와 고무신을 보내주기 전까지는 버텨야 한다.

 

개인별 파악이 마무리 되면 입소자들은 줄지어 사방으로 향한다. 사방은 1인이 이용하는 독거실(독방)과 혼거실(단체방)로 나뉜다. 입소초기에는 신입수용자들만 따로 모은 신입거실에서 생활한다. 적응기간이다.

 

이 곳에서 짧게는 3~4, 길게는 1주일 정도 생활한 뒤 독방 또는 기존 미결수들이 모여 있는 단체방으로 섞인다.

 

독방과 관련해서는 오해되기 쉬운 대목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묘사되는 교도소 독방은 주로징벌과 궤를 함께 한다. 각종 해충들이 득실대는,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그런 최악의 장소로 분류된다. 구치소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 구치소독방영화·드라마 묘사와 달라

 

대략 60~70일 정도 소요되는 법원의 최종 결심(結審)까지 혼자 지낼 수 있어 편하다. 안쪽에서 잠글 수 없는열린형태의 간이 화장실과 좌식 목재책상, 담요 몇 장이 전부다.

 

신장 175cm기준 성인 남성이 누우면 겨우 뒤척일 수 있는 정도의 넓이다. 좁지만 다른 미결수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선호요소다.

 

구치소에서의잠 못 드는첫날밤이 지나면 이튿날 아침식사와 마주하게 된다.

 

국 포함 14찬이 보통이다. 기결수 또는 미결수들이 구치소 내 대형취사장에서 조리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도 주 메뉴 중 하나다. 요일별로 식단이 계획된다. 조리법은 공식화 돼 있다. 특별히 맛이 없진 않다.

 

물론 개인 입맛에 따라 먹지 못할 정도로 분류되는 요일이나 반찬은 존재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플라스틱소재다. 자해나 자살, 타인에 대한 가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재질 특유의 휘어짐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밥 한 술 크게 뜨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입소 초반 식음을 전폐하는 입소자들도 더러 있다. 대부분 하루 반나절 정도만 지나면 스스로 먹을 것을 찾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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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온라인 유통산업 미래배송혁명에 달렸다

 

주말 오후.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정적을 깼다. 현관문을 열었다. 묵직함이 막아 섰다. 택배였다. 배송기사는 그새 사라졌다. 바빴나 보다. 시골에 살고 있는 이모가 보낸 사과상자였다.

 

한쪽 귀퉁이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생소하지 않다. 으레 그래왔다. 택배 무게와 포장 훼손 정도는 비례해 왔던 것 같다. 제법 익숙한 불쾌감이 밀려왔다.

 

상자를 열었다. 멍 투성이 사과들이 안쓰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었다. ‘시멘트 바닥 어딘가에 내팽개쳐졌다. 나뒹굴다 가까스로 차량에 실렸다.’ 상상은 뇌리에 동영상으로 펼쳐졌다.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닦아 담았을 이모의 정성에 심심한 사과라도 해야 할 판이다.

 

특수한 풍경은 아니다. 연말연시 택배량이 폭증하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파손, 지연, 변질과 같은 배송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도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부당함의 연속이다.

 

쿠팡이 일을 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으로부터 최근 3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국내 비상장 IT업계와 온라인 유통시장에 전례가 없는 거액이다. 지난 5월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한 데 이은 낭보다.

 

무엇이 매력적이었을까. 블랙록 주요 임원인 Jay Park은 이렇게 설명했다.

 

“쿠팡이 직접 하는 당일배송 서비스와 풍부한 모바일 서비스 경험…(하략)”

 

그들은쿠팡맨에 주목했다. 배송서비스 질 향상을 목표로 쿠팡이 심혈을 기울여 빚은 작품이다.

 

‘로켓배송’ 수식어가 병기될 만큼 속도는 기본이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을 수 있다. 각종 소비자 불만사항도 현장에서 받는다고 한다. 주문단계부터 배송까지 쿠팡이 직접 컨트롤하는 구조다. ‘1:1 속전속결방식이다.

 

기존 배송시스템의 취약고리를 과감히 깼다는 평가다. 이른바배송혁명에 쿠팡이 승부를 건 셈이다. ‘충성고객을 새로 낳거나 유지시키는, 즉 매출증대의 해법으로 봤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지갑을 열고 적극 공감을 표했다.

 

쿠팡맨은 아직 테스트 단계다. 일부 품목과 지역에 한정돼 있다. 서비스 전국확대는 사실상 시간문제다. 탄탄한 자금력은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더할 나위 없는런닝메이트.

 

‘신의 한 수가 될 지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예단하긴 이르다. 성패를 가를 잣대가 될 소비자들의 냉철한 평가는 머지 않았다.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종합·소호몰 등 범 온라인 유통업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변화상임에는 틀림 없다.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잘 받았냐는 물음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답했다. 또 보내준다고 했다. 고마움에 앞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보낸 이의 정성과 받는 이의 기쁨이 훼손되지 않는 배송시스템. 소비자들은 온라인 유통업계에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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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해철… ‘응답하라 1994-1997’ 세대는 술로 밤을 지샜다

 

드라마 속에 그런 장면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신해철파서태지파로 양분돼 옥신각신하던 고등학생들의 모습. 누가 음악적 천재냐를 두고 고성이 오가던 때가 있었다. 주먹다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994년이었다. 고백컨데 난 서태지파였다.

 

음악적 스타일을 놓고 봤을 때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범주의 천재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국영수중 한 과목에 특출난 인재들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윤종신, 유희열, 윤상 등 비슷한 연령대 가수들 모두 천재가 아닐 수 없다.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함은 물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독보적 분야가 있으니 말이다.)

 

대중가요계의 큰 별이 떨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린 시절 음악적 감성에 젖어 드는 기쁨을 줬던 그였기에 일면식도 없는 남의 죽음 그 의상의 의미임에는 분명하다. (난 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그는 나에게 너무도 많은 것들을 선물해 준 것 같다. 미안함이 느껴지는 이유랄까.)

 

20대 초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도 신해철을 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대에게를 안다. 2014년 현재 각 대학교 응원단에서 액션곡으로 여전히 활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1988 MBC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가 대상을 받은 곡이다. 신해철을 주축으로 한 그룹사운드였다.

 

신해철은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일종의 전매 특허였다. 지금이야 독설 하면 김구라지만 원조 독설가는 신해철이었다. 그가 진행했던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이 그랬다. (‘마왕이라는 닉네임도 그 당시 언저리에 붙은 것으로 기억한다.)

 

10대와 20대는 물론 30~40대를 아우르는 연령층들의 말 못할 고민에 그는 독설을 퍼붓기 일쑤였다. 당사자는 기분이 상했을지 모르나 듣는 이의 공감을 끌어내기엔 충분했다. 듣기 좋은 사탕발림식언변이 아니었다. 치부를 드러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그런 방식이었다. 비록 당장은 아프지만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기억한다.

 

거친 상남자. 그 중심에 고요하게 흐르고 있는 따스함이었다.

 

그의 결혼스토리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신해철의 부인은 미스코리아 뉴욕 출신으로 미국 유력 금융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던 미모의 재원이었다.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했고, 이후 신해철은 아내가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혼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그대로 ’…

 

엄청난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힘든 결정 이라는 것,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십분 공감할 것이다.

 

남겨진 아내와 9살 딸, 그리고 7살 아들에게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한 신해철. 아쉽고, 또 안타까운 감정이 잠든 그에게서 절절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장례식장에 울려 퍼질 노래라고. 자신의 비문에 새겨질 자신의 노래라고 했던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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